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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행사나 격식을 갖춰야 하는 의전적 자리가 아닌 이상, 성인 남성들에게 반바지가 더이상 기피대상은 아니다. 한때 권위주의 시절, 남자에게 반바지는 경범죄에 해당되던 때가 있었다. 타인에게 혐오감을 준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지금은 무더운 한여름에 반바지는 ‘쿨비즈’라 하여 권장하는 추세다. 여름철 에너지 소비를 줄이기 위한 친환경 의상이라는 데 방점이 찍혔기 때문이다. 젊은 남자들 사이에서 반바지는 인기 패션 아이템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됐다.

하지만 노출에 관대한 미국에서조차 남자에게 반바지는 드레스코드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았다. 대표적인 예로 2012년 마이클 조던이 마이애미주에 위치한 골프장에서 강제 퇴장당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이유는 카고(일명 건빵바지) 형태의 반바지를 입고 필드에 나섰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 내 골프장에서는 반바지를 대부분 허용하는 추세이지만 정장처럼 디자인된 버뮤다 팬츠만을 허용하는 편이다. 특히 프리미엄급 회원제 골프클럽인 경우에 더더욱 드레스코드가 까다롭다. 그나마 버뮤다 팬츠만이라도 골프장에서 허락해주니 다행이다.

버뮤다라는 지명이 특정 반바지를 지칭하게 된 데는 19세기 초 콕슨이라는 사람이 운영하던 버뮤다의 카페 종업원들이 입었던 유니폼에서 유래되었기 때문이다. 종업원들은 찌는 듯한 더위에도 블레이저에 긴바지를 입고 근무하다 보니 불평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이를 보다 못한 콕슨은 기발한 아이디어를 고안해 냈다. 카키 바지를 반으로 잘라 종업원에게 입혔던 것이다. 반바지 유니폼은 의외로 반응이 좋았다. 그 카페를 드나들던 미해군 소장 메이슨 베리지는 이 광경을 지켜보다가 군복에도 이런 디자인을 적용하도록 지시했다. 이것이 군복에 적용된 반바지의 첫 사례로 기록되었다.

1920년에 이르러서는 버뮤다 은행의 부사장 잭 라이트번도 직원들에게 회색 플란넬 반바지를 입히고 무릎까지 올라오는 양말을 함께 착용토록 한 업무복장을 새롭게 규정했다. 당시 은행에서 반바지 차림의 근무복장은 파격 그 자체였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면서 버뮤다를 찾은 미국과 영국 관광객들이 기념으로 구입한 플란넬 반바지를 자신들의 나라로 가져가 일상복으로 활용하면서 버뮤다 쇼츠 또는 버뮤다 팬츠로 불리며 전세계적으로 널리 유행하기 시작했다.

드레스코드에 민감한 미국인들이 버뮤다 팬츠에 남다른 애정을 보여온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바로 너무 길지도 너무 짧지도 않은 바지의 길이에 있다. 남자에게 가장 이상적인 반바지 길이는 무릎까지 내려오는 버뮤다 팬츠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후 뉴밀레니엄 시대로 접어들면서 반바지를 남성 정장에 포함시키려는 패션 디자이너의 시도는 계속됐다. 대표적인 디자이너가 톰 브라운이다. 중년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디자인한 반바지 정장을 즐겨 입고 공식 석상에 자주 모습을 드러내곤 했다.

우리나라 연예인 중에서 개그맨 조세호가 톰 브라운의 반바지 정장을 입고 종종 방송에 출현하는 바람에 주목을 끌기도 했다. 하지만 남자에게 반바지는 길이가 짧은 만큼 사회적 영향력도 딱 절만 수준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어쩔 수 없이 에너지 절약과 친환경에 대의명분 때문에 CEO인 당신이 남성 직원들의 출근복장으로 반바지를 허용해야 한다면 무릎길이의 버뮤다 팬츠가 가장 적절한 사례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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