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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보궐선거를 치르면서 우리는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역대급 네거티브 선거로 몸살을 앓았다. 하지만 서울시장 보궐 선거에서 기억나는 것은 내곡동, 생태탕, 페라가모 로퍼밖에 없을 정도로 정작 중요한 정책 대결은 실종된 상태다. 아마도 선거를 치르면서 가장 수혜를 본 측은 여당도 야당도 아닌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살바토레 페라가모가 아니었을까 싶다. 그 덕에 브랜드 입장에서는 어부지리로 광고효과를 톡톡히 본 셈이다.

사실 패션에 별로 관심 없는 남자들에게 로퍼(Loafer)는 생소한 단어다. 하지만 신발이라고는 운동화와 구두가 전부인줄 알던 사람들이 선거전을 목도하면서 ‘도대체 로퍼가 뭐길래’라는 궁금증을 갖게 했다. 로퍼의 사전상의 의미는 게으름뱅이, 또는 빈둥빈둥 하릴없이 노는 사람이란 뜻이다. 이런 단어가 신발에 쓰이게 된 이유는 구두를 신을 때마다 귀찮게 끈을 묶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붙여진 결과다. 다시 말해 손 하나 까딱하기 싫어하는 게으름뱅이도 좋아할 만한 신발이란 뜻이다.

로퍼의 조건은 첫째 신발끈이 없어야 하고, 둘째 굽이 낮아야 한다. 이 두 가지가 충족되어야 로퍼다. 끈 묶는 구두는 일반적으로 옥스퍼드(Oxford) 슈즈라 부른다.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학생들이 교복과 함께 신던 구두에서 유래되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옥스퍼드 슈즈는 가장 의전적인 정장용 구두다. 하지만 요즘 트렌드의 변화에 따라 끈 없는 구두도 정장용으로 많이 애용되는 편이다. 이런 끈 없는 신발을 통틀어 슬립온(Slip on)이라 부른다. 미끄러지듯이 발을 신발에 우겨넣어 신을 수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대표적으로 로퍼와 스니커즈가 이에 해당된다. 참고로 스니커즈의 스니크(Sneak)는 ‘살금살금 걷다’라는 뜻으로 밑창이 평평한 고무로 되어있어 걸을 때 소리가 나지 않는다 하여 그리 불리기 시작했다.

로퍼는 태생적으로 캐주얼용이지만 경우에 따라서 정장과도 잘 어울리는 범용적 신발이다. 하지만 언론에 공개된 사진 속 오세훈 시장의 검정색 로퍼는 생태집 아들이 봤다는 멋진 캐주얼 로퍼와는 거리가 멀다. 슬립온은 분명 맞지만 우리가 머릿속에서 상상하는 날렵한 모양의 로퍼는 분명 아니다. 로퍼는 가볍고 경쾌한 캐주얼 슈즈이기 때문에 양말을 신지 않는 것이 기본 에티켓이다. 로퍼는 데님이나 치노와 같은 캐주얼 바지에 어울리는 신발이지만 고급스럽고 세련된 이미지를 지녔기 때문에 여름철 반바지와 함께 신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로퍼 중에서도 이탈리아 브랜드의 특징은 말과 관련된 장식이다. 그것은 말발굽 장식이 아니라 말재갈의 고리를 응용한 디자인으로 이탈리아어로 간치니(Gancini)라 부른다. 생태집 아들이 한눈에 알아봤다는 페라가모의 말발굽 장식은 고리를 뜻하는 간치니 장식을 말하는 것이다. 로퍼의 등 부분은 브랜드와 모델에 따라 간치니 말고도 말재갈 모양의 호스핏(Horse Fit) 또는 술 모양의 태슬(Tassel)로 장식되어 있다. 로퍼는 살바토레 페라가모, 구찌, 토즈 등 정통 이탈리아 브랜드뿐만 아니라 국내외 모든 제화 브랜드에서 생산하는 인기 아이템이기 때문에 드랑이빙 슈즈, 모카신 등 종류도 매우 다양하다. 네거티브 선거로 인해 때 아닌 페라가모 로퍼 논쟁이 벌어지긴 했지만 올 여름 로퍼로 한껏 멋을 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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